물에 빠졌을 때 아이들이 배우는 건 대부분 "어떻게 헤엄쳐 나오는가"입니다. 그런데 파도가 세거나 물살이 있어 당장 나올 수 없을 때는, 헤엄이 아니라 다른 능력이 아이를 지킵니다. 바로 구조가 올 때까지 체온을 지키며 버티는 힘입니다.

학교 생존수영 구조기능 수업에서도 이 부분을 다룹니다. 몸을 웅크려 열이 가장 빨리 빠져나가는 부위를 가리고, 여럿이 있다면 서로 붙어 체온을 나누는 자세입니다. 오늘은 왜 웅크리는 것만으로 버티는 시간이 늘어나는지를 정리해 드리려 합니다.

🌊 몸에는 열이 유독 빨리 빠지는 곳이 있습니다

물속에서는 같은 시간이라도 부위마다 체온이 빠지는 속도가 다릅니다. 목·겨드랑이·사타구니처럼 혈관이 피부 가까이 지나고 지방층이 얇은 부위는 다른 곳보다 열을 훨씬 빨리 내줍니다. 구조를 기다리는 자세(HELP, Heat Escape Lessening Posture)는 이 부위를 팔다리로 감싸 물에 덜 닿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무릎을 가슴 쪽으로 모으고, 팔로 옆구리와 허벅지를 감싸 안는 식입니다.

RESEARCH 01 · 웅크리는 것만으로 냉각 속도가 줄어듭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 Hayward 연구팀(1975)은 9~10°C 바닷물에 구명조끼를 입고 들어간 성인들을 대상으로, 가만히 있을 때·수영할 때·웅크린 자세(HELP)일 때·여럿이 서로 붙어 있을 때(허들) 몸이 식는 속도를 비교했습니다. 웅크린 자세를 취한 쪽이 헤엄치거나 가만히 편 채로 떠 있던 쪽보다 체온이 식는 속도가 뚜렷하게 느렸습니다. 다만 이 실험은 성인 남성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진행됐고, 수온·체지방·체격이 다른 아이에게 같은 수치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출처: Hayward JS, Eckerson JD, Collis ML, "Effect of Behavioral Variables on Cooling Rate of Man in Cold Water",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38(6):1073-1077 (1975)

아이는 어른보다 이 웅크리기가 더 중요합니다. 몸집이 작을수록 표면적이 체중에 비해 넓고 피하지방도 얇아서, 같은 물에서도 어른보다 빨리 식습니다. 헤엄쳐서 체력을 소모하기보다, 최대한 몸을 웅크려 열을 아끼는 쪽이 아이에게는 더 유리한 선택일 때가 많습니다.

🤝 혼자가 아니라면, 서로 붙습니다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둘 이상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서로 마주 보고 옆구리와 가슴을 맞대어 붙는 허들(huddle) 자세입니다. 각자 웅크리는 것보다 서로 체온이 빠지기 쉬운 부위를 가려주고, 남은 체온을 나눌 수 있어 더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 허들 — 여럿이 있을 때

자세
서로 마주 보고 옆구리·가슴을 붙인 채 팔을 걸어 최대한 밀착합니다
아이 자리
몸이 작아 더 빨리 식는 아이나 어르신은 무리의 가운데로 넣어줍니다
움직임
흩어지지 않도록 서로 팔을 걸거나 구명조끼 끈을 붙잡습니다

중요한 건 체력을 아끼는 방향으로 판단을 바꾸는 것입니다. "빨리 헤엄쳐 나가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기 쉽지만, 물살이 세거나 거리가 멀 때는 오히려 체력을 지키며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살아남을 확률을 높입니다.

🏊 스타키즈가 이 자세를 함께 가르치는 이유

저희는 부산 금정구에서 학교 생존수영 위탁 지도를 10년째 맡아 오면서, "헤엄쳐 나오기"와 "버티기"를 같은 무게로 가르치려 합니다. 아이들은 물에 빠지면 몸이 먼저 허우적대며 힘을 다 쓰기 쉬운 나이입니다. 저희는 그 순간 숨을 고르고 몸을 웅크릴 수 있도록, 육상에서 자세부터 반복 연습시킵니다.

RESEARCH 02 · 아이의 몸은 어른과 다르게 반응합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 심장센터 Peter 외(2026)는 8~14세 건강한 아이들을 따뜻한 물(34°C)과 차가운 물(11°C)에 순서대로 목까지 담근 뒤 심박수·호흡수·산소포화도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찬물에 들어간 순간 심박수는 31%, 호흡수는 58% 치솟았다가 30초를 정점으로 60초 무렵부터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즉 갑자기 찬물에 빠졌을 때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는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 급격한 반응이 지나가는 첫 1분만 버티면 몸을 웅크릴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연구는 실외 수영장에서 진행된 소수 인원 대상 연구라, 결과를 모든 아동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출처: Peter S, Michaelis A, Wagner R, Marshall RP, Bovet M, Weickmann J, Weidenbach M, Dähnert I, Paech C, "Cold Shock Response in Healthy Children: Reassessment and First Comparison Between Cold and Warm Water Immersion", Frontiers in Sports and Active Living 7:1610144 (2026)

수업 중 이 자세를 아이 한 명 한 명이 실제로 몸에 익혔는지 확인하는 것도 저희가 1:5 소수정예를 지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무릎을 얼마나 모았는지, 팔이 옆구리를 제대로 감쌌는지는 눈으로 직접 봐야 알 수 있습니다.

💡 계곡이나 바다에서 아이가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들어갈 예정이라면, 미리 이 자세를 한 번 연습시켜 보세요. "혼자 있으면 무릎을 가슴 쪽으로 모으고, 여럿이 있으면 서로 붙는다" — 이 한 줄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장전동·구서동·부곡동에서도 여름 끝자락이면 계곡이나 바다로 마지막 물놀이를 다녀오는 가정이 많습니다. 구조하는 쪽이 물건으로 다가가는 법을 배운다면, 구조를 기다리는 쪽도 준비된 자세가 있다는 것 — 두 가지 모두 저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생존수영입니다.

"물에 빠졌을 때 가장 위험한 건 당황해서 힘을 다 쓰는 것입니다. 저희가 가르치는 건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힘을 아끼는 법입니다."

— 스타키즈 수영장 원장 김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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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수영은 잘 헤엄치는 법만이 아니라 잘 버티는 법까지 포함합니다.

몸을 웅크려 체온이 빠지기 쉬운 곳을 가리고, 여럿이 있다면 서로 붙는 것 — 힘이 다 빠지기 전에 이 자세부터 떠올릴 수 있다면, 구조가 올 때까지 버틸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헤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저희가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