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를 밟다 보면 아이는 가끔 주춤하기도 합니다. 물을 살짝 먹기도 하고, 잠깐 망설이기도 하고요. 이때 제가 해주는 말은 정해져 있습니다.
신기한 건, 이 말을 몇 번 반복해서 듣고 실제로 작은 실패를 몇 번 겪어본 아이일수록 두려움이 빠르게 작아진다는 겁니다. 용기를 낼수록, 실패를 거듭할수록 무서운 마음은 오히려 줄어들고 어느 순간부터 물놀이가 쉽고 재미있는 일로 바뀝니다.
🔎 연구가 뒷받침하는 이유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연구를 다룬 미국심리과학회(APS)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능력이 노력으로 자랄 수 있다고 믿는 아이일수록 실패와 좌절 앞에서 더 잘 회복하고, 그 경험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단, 실패를 문제가 아니라 과정으로 다뤄주는 어른의 반응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부모가 아이의 실수에 "괜찮아"보다 "왜 그랬어"로 먼저 반응하면, 오히려 아이는 고정 마인드셋 쪽으로 기운다는 것도 같은 연구가 짚은 대목입니다.
국내 학술지 연구(어머니의 자기효능감과 양육행동 및 아동의 성취동기가 아동의 자기효능감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아이 스스로의 성취 동기뿐 아니라 곁에 있는 어른의 반응 방식이 아동의 자기효능감 형성에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가 "실패해도 괜찮아"를 매번 같은 톤으로 반복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아이는 말의 내용보다 반응의 일관성에서 안심을 얻습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 초등학생 아이에게 완벽한 회복탄력성을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최근 본 교육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자주 바꾸는 것도, 해봤자 안 될 걸 알면서도 다시 상상하는 것도 "그 자체가 연습"이라는 겁니다. 그 나이대 아이에게 필요한 건 "실패해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경험을 몸으로 느껴보는 준비 과정입니다. 그 준비 과정을 매주 조금씩 쌓아주는 게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KAIST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도 최근 대담에서 같은 자리를 가리켰습니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AI 시대에 아이에게 남겨줄 것은 특정 지식이 아니라 "힘들어도 울지 않는 능력, 버티는 능력" — 곧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입니다. 물속에서 작은 실패를 겪고, "괜찮아"라는 말과 함께 다시 시도해보는 매주의 경험은, 정확히 이 능력을 몸으로 연습하는 시간입니다.
"실패해도 괜찮아"는 그저 다정한 말 한마디가 아닙니다.
저희는 같은 말을 매주 반복해서 들려주고, 작은 실패를 실제로 겪어보게 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 몸에 이 감각을 새겨드립니다.
내일은 이 과정을 몇 달 반복한 아이가 처음 25m를 완주하던 날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