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인터뷰 하나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교육 전문가 조벽 교수님의 인터뷰였는데, 우간다·베트남·수리남까지 AI 시대 교육 강의를 다니셨다는 분이더군요. "작은 나라들일수록 오히려 절실하게 매달린다, 정작 우리는 배가 부른 게 아닌가"라는 첫마디부터 마음에 걸렸습니다.
교수님은 벌써 10년 전부터 "AI 시대엔 인성이 실력이다"(2016년 저서 제목이기도 합니다), "변화무쌍한 시대엔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경쟁력을 가진다"고 강의해 오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반응은 "뭐, 좋은 이야기다" 정도로 미지근했다고 해요. 그러다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이 한국을 방문해 "AI 시대 진짜 경쟁력은 인성과 회복탄력성"이라고 콕 집어 말한 뒤로, 같은 메시지를 10년째 하던 교수님의 이야기가 갑자기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인상 깊었던 비유가 하나 있었습니다. 수능 만점을 받으려면 12년을 공부해야 하지만, AI는 12분 공부하고 만점을 받는 세상이 왔다는 겁니다. 그러니 "지식의 양"으로 아이와 AI가 경쟁하는 건 이미 의미가 없어졌고, 학교 공부의 절반은(줄 세우기용으로) 필요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 — 소통, 공감, 협업, 그리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에 써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교수님은 이걸 "도식(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는 시대"라고 표현했습니다. 조금 더 하거나 조금 더 잘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다른 능력을 봐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 연구가 말하는 것 — 왜 지금 회복탄력성인가
인터뷰 하나만으로 고개를 끄덕이기엔 조심스러워서, 실제로 관련 자료를 좀 더 찾아봤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 따르면, 기업이 꼽은 핵심 역량 1위는 분석적 사고였고, 2위가 바로 회복탄력성·유연성·기민함(resilience, flexibility and agility)이었습니다(응답 기업의 67%). 특히 이 역량은 성장하는 직무와 축소되는 직무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 요인으로 꼽혔고, 앞으로 중요도가 더 커질 역량으로도 지목됐습니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자기효능감 이론을 정리한 미국심리학회(APA) 자료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원천은 '성취 경험'(mastery experience) — 스스로 해내 본 직접 경험입니다. 흥미로운 건, 어려움 없이 처음부터 잘 해낸 경우보다 작은 좌절을 스스로 극복해 본 경험이 오히려 더 단단한 자기효능감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실패 없이 큰 자신감도 없다는 뜻입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러니 공부는 그만두고 운동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가 무언가에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용기를 내는 경험을 얼마나 쌓았는지가 진짜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뜻입니다.
💧 수영장에서도 매주 보는 장면
수영장 원장으로 10년 넘게 아이들을 봐 오면서 저도 같은 걸 느낍니다. 물속에서 아이들은 매주 작은 실패를 겪습니다. 숨을 참다가 물을 먹기도 하고, 발차기가 안 맞아 가라앉기도 하고, 처음 해보는 동작 앞에서 몇 번이고 망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실패를 몇 번 겪은 아이가 결국 더 단단해집니다. 실패는 경험해야 제맛이고, 연습으로 자랍니다.
저희가 매주 아이들에게서 보는 이 흐름은 사실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이번 한 주, 그 순서를 하루에 한 장면씩 풀어보려 합니다.
회복탄력성이 자라는 한 주의 흐름
AI 시대에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다들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저희는 그 답을 크게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매주, 물속에서, 아주 작은 실패와 용기를 반복해서 쌓아드릴 뿐입니다.
내일은 그 첫 번째 순간 — 체험수업 첫날, 아이들과 처음 마주하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