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반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학부모님들이 종종 웃으며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얘가 수영 갔다 온 날은 밥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어요, 이게 정말 운동 때문일까요?" 수영을 마친 날 유독 배고파하는 모습은 실제로 많은 부모님이 공통적으로 관찰하시는 패턴입니다. 오늘은 이 궁금증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물속 운동이 유독 배고픔을 키우는 이유

수영은 팔·다리·몸통을 함께 쓰는 전신 운동인 데다, 물속에서는 체온을 지키기 위해 몸이 별도로 에너지를 더 쓰게 됩니다. 물의 온도가 체온보다 낮으면 몸이 열을 만들어내려는 반응이 커지고, 이 과정이 운동 자체의 에너지 소모에 더해져 식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RESEARCH 01 · 물 온도에 따른 운동 후 식사량 비교 연구

White 등(2005,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Nutrition and Exercise Metabolism)은 성인 11명을 대상으로 물속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운동을 시킨 뒤 식사량을 비교했습니다. 수온 20℃(찬물)에서 45분간 운동한 그룹은 수온 33℃(따뜻한 물)에서 같은 시간 운동한 그룹보다, 운동 후 식사에서 약 44% 더 많은 열량을 섭취했습니다.

물 온도가 낮을수록 운동 후 식욕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연구는 대학생 11명이라는 적은 표본의 성인을 대상으로 했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형태의 운동이었습니다. 저희 수영장처럼 온도가 관리되는 실내 풀은 이 연구의 '찬물' 조건보다 따뜻하므로, 같은 크기의 효과를 그대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출처: White LJ, Dressendorfer RH, Holland E, McCoy SC, Ferguson MA, "Increased caloric intake soon after exercise in cold water",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Nutrition and Exercise Metabolism, 2005;15(1):38-47

식욕은 운동 직후가 아니라, 몇 시간 뒤에 커집니다

흥미로운 것은 식욕이 운동을 하는 동안이나 끝난 직후에는 오히려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운동 중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그렐린) 분비가 줄어들어, 막 수영을 마친 아이가 그 자리에서는 밥을 많이 찾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면 억눌렸던 식욕이 돌아오면서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저녁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을 즈음이면, 이 시차가 딱 맞아떨어지는 시점입니다.

RESEARCH 02 · 수영 후 식욕·그렐린 변화 추적 연구

King 등(2011, Journal of Obesity)은 건강한 성인 남성 14명을 대상으로 60분간 수영을 하게 한 뒤, 6시간에 걸쳐 식욕과 그렐린(공복 호르몬) 수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운동 중에는 식욕과 그렐린 수치가 함께 낮아졌지만, 운동이 끝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식욕이 다시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서 정해진 식사 자리에서 실제로 섭취한 열량 자체는 운동을 하지 않은 날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성인 남성 14명이라는 적은 표본이고 아이들과는 신체 조건이 다르므로, '식사량이 반드시 는다'가 아니라 '식욕이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는 흐름 정도로 참고하는 것이 맞습니다.

출처: King JA, Miyashita M, Wasse LK, Stensel DJ, "The Acute Effects of Swimming on Appetite, Food Intake, and Plasma Acylated Ghrelin", Journal of Obesity, 2011;2011:351628

운동 후 식욕,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운동하는 중식욕 호르몬(그렐린) 감소 · 오히려 입맛 낮음
운동 직후식욕 낮은 상태 유지 · 밥을 안 찾을 수 있음
운동 후 몇 시간억눌렸던 식욕 회복 · 평소보다 늘어날 수 있음
물 온도차가울수록 식사량 증가 폭이 크다는 연구 있음(성인 대상)

수업 직후 아이가 밥을 안 찾는다고 억지로 먹이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물부터 챙겨 마시게 해 주세요. 진짜 식욕은 보통 한두 시간 뒤에 찾아오니, 그때 균형 잡힌 식사를 준비해 두시면 충분합니다.

밥을 평소보다 많이 먹는다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만큼 몸을 움직였다는 자연스러운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수영이 아이 몸에 남기는 흔적은 식욕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수영하고 온 날 유독 잘 잔다는 이야기에서 다뤘듯, 하루 치 운동이 만드는 몸의 변화는 여러 갈래로 나타납니다.

"운동을 마친 몸이 가장 먼저 찾는 건 수분이고, 식욕은 그다음에 천천히 따라옵니다. 그래서 수업을 마친 아이에게는 밥보다 물을 먼저 권해 주세요."

— 스타키즈 수영장 원장 김효성

부산 금정구 부곡동에 자리한 저희 수영장에는 장전동·구서동에서 다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느 동네에서 오든, 저녁반 수업을 마친 아이들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배고파요"부터 외치는 아이도 있고, 집에 도착해서야 슬슬 식욕이 도는 아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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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마친 아이가 유독 밥을 많이 찾는 모습, 이상한 게 아닙니다.

몸을 움직인 만큼 몸이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다만 그 타이밍이 수업 직후가 아니라 몇 시간 뒤라는 것만 기억해 두시면, 저녁 식사를 준비하실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